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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환아, 너도 군대 가 434호

마린보이, 안녕! 초면인데 반말해서 미안. 너도 편하게 “바보야”하고 부르렴.

난 자칭(!) ‘영화감독’ 강의석이야. 비록 내 영화는 CGV에서 두 번 상영되고 막을 내렸지만, 2009년 2월 완성될 블록버스터 다큐 ‘군대?’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예정이지. 그렇게 되면 올림픽 메달리스트처럼 ‘국위선양’의 이름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되겠지. 하지만 나는 그 혜택을 거부하고 감옥에 갈 생각이야. 그로 인해 1년 6개월 동안은 영화를 못 만들게 되고 또 혹시 모르지. 감옥에서 광우병 쇠고기 먹고 뇌송송 구멍탁 죽어버릴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22명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어. 5만 달러의 포상금, 죽을 때까지 매월 100만원 이상의 연금이 주어지는 것과 동시에 말야. 태환아, 너는 한국 야구가 세계 정상이 되는 순간을 지켜봤니? 난 ‘한국에서 어떻게 군대를 없앨까’ 밤샘 회의를 하던 중, 모르는 사람에게 “한국야구 금메달”이란 문자를 받고서야 알게 됐어(나도 팬이 많거든^^). 전승 우승하는 과정에서 승엽이 형은 ‘병역면제브로커’란 별명을 얻었고, 대호 형은 “아무래도 병역혜택이 걸린 준결승이 더 떨렸다. 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은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밝히며 기뻐했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노력해서 딴 메달이 ‘징병면제’란 이름으로 선수들의 공적을 위한 하사품이 된다는 거야. 군 면제를 서비스로 받는 올림픽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로마시대 상대를 죽이면 자유민으로 풀어주는 노예 검투사가 떠오른다고 할까. 게다가 무엇이 국가의 명예를 높이는 것인지 그 ‘기준’도 불분명하고, 설령 국위선양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병역특례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없어. 일반인보다 전투력이 몇 배 센 태권도 금메달리스트가, 힘을 써야 할 군대에서 빠진다니 말도 안 돼!

헤어살롱에서 ‘GQ’ 8월호를 보니 네 친구 원더걸스가 나오더라. 해이해질 때마다 진영이 오빠가 바로 잡아준다며, “군대도 아닌데 좀 ‘빠지면’ 어때요?”라는 질문에 “아니에요. 군대만큼 중요해요”라고 답하던걸. 그걸 보고, 군대 자체가 중요한 조직과 직무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고, 그것이 일상적으로 용인되는 우리문화를 생각하면서 머리 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어 (그래도 소개해 주면 감사할게^^;).

군대? 넌 군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난 폭력을 막기 위함이란 이유로 포장된 군대로 인해 이 세상에 더 많은 폭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평화를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군사제도가 사라져야 하고, 그 변화를 위해 나와 친구들이 군대 대신 감옥 가기 100인 캠페인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까지 18명이 모였는데 네가 19번째 사람이 되어, 10월 1일 국군의 날에 “비무장은 아름답다!”는 누드 시위를 함께 해 보지 않겠니?

“잘생긴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는 헌법 조항이 있더라도 그 누구도 너와 나를 죽일 수는 없는 것처럼, 헌법 앞에 사람이 있지. 그런데 헌법도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 없음을 말하고 있어. 수많은 청년들에게 원치 않는 병역의무를 강요하는 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를 무시하는 거고, 올림픽 선수와 일반인을 차별하는 것은 헌법 제11조 ‘법 앞의 평등’을 깨버리는 거지. 태환아, 공익요원들이 20만 명이나 되어야 하는 이유를 너는 아니? 툭 까놓고 내가 2년 군대에 있었으니 너도 2년 낭비해야 한다는, 병역특례고 뭐고 태환이 너도 군대 가고, 여자도 군대 가라는 푸념 아닐까? 난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에 내 소중한 삶을 낭비하기 싫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도 소중하지만, 나도 딱 너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 단지 그거 하나야. 참, 일촌신청 했는데 받아주렴 ^^ 술 고프면 문자 하나 보내고~♬ 

▶학생논단의 글은 본지와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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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문체.. 정말 싫다..
이제 대학생이 되어 '네이트온 뉴스'에 나올 정도로 자신의 위치를 인지한다면,
이제는 좀 더 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조금은 따라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런 문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조금 이해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선 글에 적힌 순서대로 하나씩 반박해보자.. 시작하기 전에 몇가지..
일단 강의석군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므로 나는 그를 '강군'이라고 칭하겠다..
나야 뭐.. 이게 어디 유명세를 타고 어디 뜨진 않을꺼니까..
여긴 내 세상이니까.. 혹 타게 된다면 말투를 정중하게 고치는건 고려해보도록 하지..
그리고 강군에게 쓰는 편지는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여기서 박태환 선수의 예를 든 것은..
체육경기에서 특정 기준 이상의 성적을 냈을 때, 군대 면제 받는 전체를 향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여기서 대부분의 경우 강군이 예를 들었듯이, 박태환 선수를 그 전체를 대변하는 인물로 지칭한다..





군대도 안갔다 왔는데 군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쓰는 것....
글쎄 내용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글만을 기준으로 군대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군의 입장을 고려해봤을 때, 군대의 안좋은 점, 군대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는데, 그건 결국 군대의 '한쪽면만을 보여주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광우병 파동이 요샌 욕을 먹지.. MBC도 사과방송을 할정도로(물론 MBC의 예에서 정치적 압력 이야기는 제외하자) 한쪽에만 치우친 이야기는 상당히 위험소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강군이 생각하는 반대 이야기도 좀 해보려고 한다..

왜 군대에 가기 싫다는 것이지?
왜 군대가 없어져야하지?
이것부터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군대에 가기 싫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만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짱나니까.. 하고 싶은것 못하니까, 하던것 그만둬야 하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니까(선임병장 해보니 생각보다 꽤 되더군? 특히 훈련소에 있는 남친에게 이별통보를 편지쪼가리로 하는 비틀撚(년)들은..), 빡셀까봐 등등..
근데 최근엔 여러 다른 이유도 나타나고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니.. 아니면 기존부터 있어왔던 여호와의 증인들의 총을 들지 않겠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것 등..

오케이 좋습니다.. 그건 개인의 자유로 맡기고 맘대로 하세요!
그치만 군대를 없앤다? 그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니오'라고 말하겠다..

내가 역사를 다는 모르지만, 내가 역사를 배울때 느낀점이랄까.. 그런 것은
'역사는 되풀이 되고 반복된다. 단지 그 모양과 스케일(time scale)이 다른정도' 였다..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현재의 우리가 증명해준다..

지난 역사를 되돌이켜 보면 '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힘이 있는 나라가 그 지역, 대륙, 세계를 지배하고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 힘의 중앙에 군사력이 있다..
혹시 문명이나 기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해봤는지 모르겠지만..
주위 타일(타일 개념이 잘 이해가 안되면 주위 환경이라고 하자)을 잘 개발해두어도, 도시 하나가 먹히면 지배력을 잃는다..
뭐 도시 내부의 인구가 크게 변할 순 없기 때문에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난다손 치더라도 결국 지배력은 도시를 점령한 나라에 속하게 된다..

그게 예나 지금이나, 게임이나 현실이나 다를바가 있을까..

군대를 없앤다는 이야기, 좋다.. 평화협정을 빡세게 맺어서 전쟁을 억제하는 것 좋다..
아니면 강군은 어떤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다.. 사실은 좋게 들린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공격했을 때, 러시아를 막은 것은 분명 군사력은 아니었다..
그 전에,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공격하게 된 배경 역시 군사력은 아니었다.. 그루지아가 선제공격 한 것은 아니니까..
그 이면에는 동유럽과 서유럽의 유럽에서의 지배력을 놓고 갈등이 있었고, 서유럽 확장에 위기를 느낀 러시아의 반격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이 긴장감 속에서 발생한 사건이 그루지아 공격이었고, 이 전쟁은 외교로 끝낼 수 있었다.

근데 외교라는 것..
나의 목소리가 외국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힘이 없는데 나의 목소리를 누가 들을까.. 아프리카에서 소위 힘없는,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의 대사가 러시아 대통령에게 가서 '전쟁 그만 두세요'하면 그게 씨알이나 먹힐까 말이다.. 만나주기나 할까..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해도 몰래 무력을 준비하고 사용하는 나라가 누군가 등장할 것인데,
그렇다면 그 나라를 어떻게 제제할 것인가.. 결국 또 무력으로 제제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자원만 조낸 모아서 배부르게 supply depot만 짓고 있으면 일꾼 다죽이고 캐리어 200채운 상대 병력에게 그저 떡실신 당하는걸 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나라, 우리 사회, 집단,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위하던 가치, 나를 위하자는 나의 실존적 존재조차 없어지고 말것이다..
나는 지금 가장 기본적인 군대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군대가 있어야 한다는 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

여기에 끔찍한 fact를 하나 더 붙여보자..
우리나라는 전세계 유일의 분단된 나라이다..
사람들이 평화롭게 지내지만.. 전쟁상황을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나라는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준비한다면 외국에서는 핵미사일을 담고 자기네 본토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비상체제에 들어가기도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훗.. 이 와중에도 군대 가는 것과 출산을 비교하면서 손익을 계산하고 있지..
우리나라 주식들의 전반적인 PER이 낮다.. 왜? 전쟁 위험을 안고 있는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글쎄 요새는 북한의 행보에 대해 얼마만큼의 탄력성을 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북한과의 대치상황이라는 한반도의 정세가 평균을 낮추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북한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군대를 없애자는 얘기를 해보자..
우리나라 정세에 대해.. 4면이 적으로 둘러쌓여있는 우리나라 정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이야기하자..
통일이 되더라도 모병제를 할 수 없는 대한민국 장정들에 대한 시대적 부름을 이해해보자..


여기까지는 군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고.. 검투사 얘기를 해보자..


회사에서 일을 해서 군문제를 해결하는 병역특례역시 같은 생각인지 궁금하다..
카투사로 군대를 다녀온 나 역시 검투사와 같은 생각인가
검투사의 기준은 뭐지? 무엇이 군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것이지?

힘을 써야 할 금메달 리스트가,
공부를 해서 나라를 위해 노력해줘야할 엔지니어가
나라에서 '그래 너 잘하니까 군대가서 썩지마' 하고 빼주는 것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지..


로마시대의 검투사가 아니라 그리스 시대에 군역을 마치면 시민의 권리를 주듯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논의를 한다는건
내가 보기엔 솔직한 말론 군대 가기 싫어서 징징대는 것 같다..
강군 본인도 군대 가기 싫다고 했으니..
그러니 그렇게 싫어하는 군대를 꼭! 다녀와서 군대의 필요성도 조금 느껴보고 군대의 안좋은 점을 좀 더 명확하게 찝어주길 바래..

마치 로마시대의 검투사를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바라본다면 글쎄..
어차피 이 세상 사는게 다 남을 죽이면서 살아가는 것인데.. 라고 해주고 싶다..
'그래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말이지..
그리고 '이미 상대평가라는 제도에 몸을 담고 있는 강군 역시도 그것을 하고 있다'고.. 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왜 박태환이 국가대표로서 자신의 역할인 메달 획득을 위해 노력한 것은 논단에서 하나도 다루지 않는 것인가..
박태환은 다른 것을 다 포기하고 그것에 매진했을터
왜 그런 것에 대한 댓가는 아무것도 생각해 주지 않느냔 말이다..

강군 공부 잘했지.. 다른사람 놀때 공부했지.. 그래서 소위 가진자, 지배계층이 될 수 있는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지..
그래서 그곳에서 강군이 하는 말들을 내 뱉을 수 있고, 그것이 세상의 관심을 모을 수 있게 되었지..
분명히 강군이 속해 있는 것은 지배계층이다.. 이는 두말하지 않아도 잘 알아야할 것이다..

그럼 그것도 강군 본인의 노력으로 인함인데, 왜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 인함은 인정해 주지 않으며,
군대를 가야만 하는 특수성을 가진 나라에서 그 노력의 결과로 얻은 '메달'이라는 상징물..
(물론 여기서 노메달은 노력이 아니라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 나는 그들의 노력 역시 똑같이 존중한다.. 단지 우리나라가 강한 종목이 있고, 강하지 못한 종목이 있을 뿐이다.. 박태환은 그것을 뛰어 넘었기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 것이고..)
메달로 인해 '응 너는 계속해서 국위선양 할 수 있으니, 분단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군대가서 너의 실력이 감퇴하는 것을 제외'
설령 군에 가서 상무팀에서 수영병으로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군대를 위하는 길일까
어차피 막상 전쟁이 나면 너가 말한 태권도 선수들은 전부 끌려갈텐데.. 그를 위해서 4주 기본 군사훈련은 받는 것이고..


아직 군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듯하다.. 강군이 군대에 가기 싫으니 감옥에 가자는 극단적인 제안을 하는 것을 보면, 마치 기를 아십니까를 생각나게 한다..
설령 그 취지가 좋더라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일반인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말이지..
좋은 취지이다.. 평화를 위하는 것.. 그치만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이면인 전쟁, 아픔, 고통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금 더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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